“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수상작의 정체성 실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포스터

2025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퀴어 정체성을 유쾌하게 충돌시키며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극단 공놀이클럽과 작가 서동민, 연출가 강훈구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정상 가족’이라는 오래된 틀을 무너뜨리고, 젠더와 권력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작품 개요 – '금줄'과 '립스틱'이 만나는 공간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서울 은평구의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한다.
24세 장남 규빈은 군대를 다녀온 후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그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은 엄마, 여동생, 할머니.
작품은 이 네 인물을 통해 전통적인 유교 가족질서와 젠더 규범의 균열을 그린다.

  • ‘말린 고추’: 민속적으로 남아의 상징이자, 시들어버린 가부장제의 은유

  • ‘복숭아향 립스틱’: 규빈이 바르고 싶은 새로운 정체성의 감각적 표현

이 연극은 어떤 정체성도 고정되지 않으며, 누군가의 역할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대는 협소하지만, 상상력은 확장된다

무대는 1평 남짓의 좁은 공간.
소품은 택배상자, 테이프, 가발, 금줄.
그러나 배우들은 이 작은 무대 위에서 할머니였다가 엄마였다가,
어느새 딸이었다가 규빈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1인 다역 구조는 이 연극의 정체성 그 자체다.
배역과 젠더를 넘나드는 방식은 브레히트적 거리두기이자,
포스트드라마적 장면 나열로 관객에게 감정이 아닌 질문을 던진다.

  • “이 집에서 엄마는 누구인가?”

  • “장손이어야만 대를 잇는가?”

  • “사랑은 어디까지가 허용되는가?”

이 모든 질문이 작은 무대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배우의 몸을 통해 던져진다.


연출의 의도 – 연극은 놀이다

연출 강훈구는 “이 연극은 퀴어 가족 이야기이며,
가장 진지한 질문을 가장 유쾌한 방식으로 던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연극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젠더·정체성 주제를
재기 발랄하고 장난스러운 톤으로 풀어냈다.

극 중 규빈은 “나는 복숭아 향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립스틱을 바른다.
그 장면은 절절하지 않다. 대신, 따뜻하고 웃기고, 조금은 짠하다.
관객은 울지 않는다. 대신, 계속 웃다가 마지막에 조용해진다.


배우들의 힘 – 경계를 없애는 몸

김솔지, 남재국, 류세일, 박은경.
이 네 배우는 단 한순간도 고정된 인물이 아니다.
남재국은 여장남자였다가 규빈의 엄마가 되며,
류세일은 할머니였다가 마지막에 트랜스 여성 규빈이 된다.

이러한 배우 순환 시스템은
관객이 인물보다 관계와 구조를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정체성’도 영원하지 않음을 체감하게 만든다.


평단과 관객의 반응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관객 평가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연극”,
“웃다가 이상하게 울컥하게 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가족이라는 구조를 다시 보게 된다.”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퀴어 연극의 새로운 전환점” (김건표)

  • “브레히트와 유머, 젠더와 놀이가 공존하는 연극” (정중헌)

  • “올해 가장 신선하고 놀라운 무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백상예술대상 선정 이유

202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이 작품은 젊은연극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통적 가족 서사와 젠더 이슈를 한 무대에 엮어낸 이 작품은
사회적 질문을 유쾌하게 던지는 연극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배우 류세일은 “9년간 쌓아온 무대 경험을 통해 이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결론: 연극은 질문이다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우리에게 어떤 성(性)이 정상이냐고 묻지 않는다.
대신, **“당신이 믿는 정상은 누구에게도 아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연극이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질문이자,
가장 아름다운 역할일지도 모른다.

같이 읽으면 좋은글

전쟁 속에서도 웃음을 지킨 민중의 목소리 – 연극 《통소소리》가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이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