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는 무대다 – 침묵의 연극, 그리고 진짜 연출자

 

사전투표소

2025년 5월 30일, 금요일. 전국 곳곳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됐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사전투표율은 19.07%를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그저 통계일 뿐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건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조용한 퍼포먼스였다.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마지막 사전투표일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참여’라는 역할을 선택했다. 우리는 이 무대 위에서 한 명 한 명 움직이는 몸으로, 침묵의 연극을 완성해가고 있다.

사전투표는 행정 절차이자, 동시에 하나의 무대다. 줄을 서고, 이름을 확인하고, 칸막이 안에 들어가 도장을 찍고 나오는 일련의 행위는 완벽히 연출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 무대 안에서 ‘시민’이라는 배역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번엔, 그 연기가 진심이었다.

이번 사전투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집단적 심판이었다. 말 대신 움직임으로, 함성 대신 도장으로 기록된 감정의 무대였다.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기억을 삭제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의 분노를 기묘하게도 '정치공작'이라 불렀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정치보다 더 정치적인 방식으로 반응했다. 누구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분명하게.

무대 위 연출자는 정부가 아니었다. 정부는 무대를 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막을 치우고, 스포트라이트를 끄고, 관객을 내쫓으려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스스로 무대를 만들고 조명을 켰다. 그 조용한 참여와 줄 선 행렬은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웅변적인 연극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기억하겠다'는 몸짓이 있었다.

정오 무렵, 점심도 먹지 못한 채 투표소에 선 직장인들. 퇴근 후엔 투표가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유일한 한 끼를 포기하고 권리를 택한 사람들. 주말을 기다릴 수 없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그 자체로 연출 없는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퍼포먼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정치가 감각을 잃을 때, 시민이 감각을 회복한다. 예술이 침묵할 때, 몸이 말한다.

사전투표는 하나의 막일 뿐이다. 본투표라는 두 번째 막이 기다리고 있다.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막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분명하다. 시민은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예술가가 무대 위를 떠나지 않듯, 유권자도 기권하지 않았다.

📍 오늘이 마지막 사전투표일이다. 📍 가까운 투표소에서 신분증 하나로, 이 침묵의 연극에 함께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를 연출자라 믿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진짜 연출자는 따로 있다. 바로 그 투표소 줄 앞에 서 있던, 그 침묵 속의 움직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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